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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Food 생활과 푸드

미역국과 멸치볶음 콤비와 소금누룩 시오코지

눈도 와서 길이 미끄러우면 무조건 외출을 자제합니다. 괜히 나갔다가 미끄러져 내가 다치든 차가 다치는 그 외의 사고라도 일어나면 꼭 필요하지 않은 마실 나갔다가 큰 손해를 보니까요. 이러다 보면 집에 시장 봐둔 재료가 마땅치 않게 되는 날이 있습니다. 그럴 때 뒤지는 곳은 냉동실과 건어물 보관실이죠. 건어물 보관실이라고 해 봤자 싱크대 안쪽이나 다용도실 한구석에 쳐박아 둔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응급으로 무엇인가 만들어 먹어야 할 때에는 효자가 되는 곳입니다. 오래 관리 안하다보면 참 건드리기 싫은 곳이 되기도 하고요. 한번은 몇 개월 밥을 안 해 먹었더니 버릴게 한 더미가 나오더라는. 그러나 관리만 잘하면 몸에 좋은 음식으로 만들 수 있는 재료가 한 가득입니다. 나물이나 과일 종류도 말렸다가 음식을 하면 건강에 더 좋다고도 하지 않습니까.

하루 굶어도 죽지 않고 오히려 장청소도 되어 일주일에 하루는 단식이 좋다고 하나, 먹을게 많을 때의 단식과 먹을게 없어서 굶는 것의 차이는 엄청나게 큽니다. 슬퍼지죠. 그래서 주섬 주섬 챙겨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오늘은 미역국과 잔멸치 볶음으로 정했습니다. 이 두가지를 쌍으로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제부터 보시면 나옵니다. 일단 마른 미역을 미지근한 물에 불립니다. 겨울이라 물이 너무 차고, 배가 고프니 미지근한 물에 속성으로 불려야 합니다. 그리고 쌀을 씻어 쌀뜨물을 만들어 볼에 넣고 여기에 북어포를 잘게 가위로 잘라 담구어 둡니다. (북어 쌀뜨물 다시 국물이 됩니다) 냉동실에 두었던 잔멸치를 꺼내어 중불에 올린 후라이 팬에 넣고 뒤적거리며 잡내를 날립니다. 그리고 멸치가 전체적으로 뜨거워지고 잡내가 날라가면 불을 끄고 채국자나 손으로 설설 털어 다른 볼에 옮겨둡니다. 그러면 위와 같은 멸치가루가 밑에 남습니다. 저는 이 가루를 버리지 않고 위에서 만들어 둔 북어 쌀뜨물에 넣고 저어둡니다. (자~ 이제 북어 멸치 쌀뜨물 다시 국물이 됩니다) 그리고 멸치를 볶았던 후라이팬을 키친 타월 등으로 닦아내고, 간장 1큰술 정도에 소주 2큰술 설탕류 찔끔과 남은 잡내 제거용으로 계피가루를 아주 아주 찔끔 넣어 중불에서 섞으며 살짝 끓입니다. (딱딱한 멸치가 싫으시면 설탕류를 빼 주시고 계피 가루가 없으면 안 넣으셔도 됩니다)

간장 양념이 살짝 끓어오르면 멸치를 팍~ 붓고 잽~쏴게 섞어줍니다. (멸치가 짜니 간장은 색만 내기 위함입니다). 여기에서 염분도 나눠주고 영양도 올리기 위해 볶은 깨소금와 햄프씨드(대마씨)를 마구 마구 넣어줍니다. 대마씨 같은 경우 샐러드에 넣으면 바로 축축해지고, 젓가락에서 빠져나가기도 하여 버리는게 더 많더이다. 그러니 이렇게 찐득한 곳에 넣어주면 멸치에 딱~ 붙어서 목구멍으로 넘어가 주겠지요. 골고루 섞으면서 또 눈에 띄는 아몬드 가루 (LCHF식단을 위해 갈아 놓았던)를 대박 용량 넣어줍니다. 이렇게 되면 잔 멸치에는 칼슘이 별로 없다는데 깨소금이나 대마씨의 영양과 아몬드의 영양이 더 높겠지요. 주객이 전도되는게 이런겁니다.    어쨌든 이렇게 잘 섞어주고 불을 끄고, 마지막에 조청 한 번 둘러준 뒤 담으니 보이는 건 멸치 뿐으로, 견과류나 특정 첨가물 싫어하는 어떤 분에게는 눈속임 최고입니다. 맛이 오히려 견과류 때문에 고소해 졌습니다. 견과류 통째로 넣어도 먹고, 가끔은 이렇게 넣어 먹으면 같은 멸치 볶음이라도 레시피가 다양해 지겠지요. 개인적으로 멸치가 까슬거려 식감이 싫었는데, 이렇게 만드니 더 부드러워 훨씬 만족했습니다.

다시 미역국 끓이기로 돌아가 봅니다. 아래의 사진은 미역과 소고기, 마늘과 국간장을 섞어 참기름에 볶은 후에, 쌀뜨물 다시국물을 부어 끓이는데요. 쌀뜨물 다시 국물의 바닥 부분까지 넣지 않는다는 증명 사진이지요. 가루분이나 잔 멸치 잔해까지 들어가면 지저분해짐과 동시에 잔멸치 때문에 먹다 남긴 국 같이 됩니다. 그리고 해외 공수품 시오코지.국산은 요즘 소금 누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예전에는 소금 누룩이 알려지지 않아 쌀 누룩을 구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이화주 등의 술 만드는 취미가 늘어나 국내에서도 쌀 누룩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저는 예전부터 써왔던 건조 쌀 누룩으로 만들어 썼는데, 오른쪽 강냉이 같은 것이 건조 누룩이며, 왼쪽은 소금까지 넣어 완성시킨 젖은 타입의 생 시오코지입니다. 만들 필요 없어 간편하기는 하지만, 가격도 당연히 비싸고 무게가 많이 나가니 해외배송의 경우 배송비가 마구 올라갑니다. (주의) 시오코지는 소금이나 마찬가지므로 국이나 음식에 넣을 때 소금이라고 생각하시고 추가 염분을 줄여 주셔야 합니다. 저는 국을 끓일 때 소량의 북어를 잘게 가위로 썰어 넣어 줍니다. 이유는 우리들이 먹었던 예전에 미역국, 콩나물 국의 맛이 이제는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 실력과 정성이 부족해서가 첫번째 이유겠지만, 예전의 청정한 재료가 난무했던 시절과, 그 미역 등을 해풍에 말려 음식을 했던 상황, 풀만 뜯어먹고 살던 소들과 맛난 약수물 등이 어우어지는 것들과의 차이는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거기에 지금 현대인의 입맛 또한 배고팠던 시절의 입맛과는 다르게 거만해진 입맛으로 까칠해 졌다고나 할까요? 

미역을 불려 물만 넣고 끓이면 뽀~얀 사골 국물 같은 다시가 우러나는 그런 미역을 찾습니다. 완도 해풍에 말린 돌미역 진품이 한 박스에 돈 백만원 가까이 한다고 합니다. 그런 비싼거 말고 저렴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아시면 연락 좀 주십시요. 어찌 보면 이거 사서 미역으로만 맛나게 끓이는게 더 싸게 먹힐지도 모르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한우 가격 아시다시피 장난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느니 맛있는 미역으로 뽀얗게 끓여 먹으면 담백한 맛도 좋고, 경제적으로도 오히려 저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예전을 생각해보니 어릴때는 미역귀와 미역 중간 줄기가 들어있는 미역국이었던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요즘의 건미역은 가운데 줄기도 없고 미역귀도 없습니다. 미역귀가 몸에 그리 좋다고 하니 따로 파는 것일까요? 그런 것들이 같이 들어가야 미역국이 맛있는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먹던 미역국이 다시 그리워집니다. 할머니가 맹물에 미역만 넣고 끓여주셔도 맛있었는데요. 어릴때 먹던 음식들이 하나둘씩 쓰물쓰물 그리워지는게 나이를 먹는 증거같습니다.